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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선종’ 표현 사용, 중립을 버린 언론.

팩트0917 2025. 5. 2. 17:50

 

 

 

 

 

 

 

1. 개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주요 언론은 일제히 그의 죽음을 ‘선종(善終)’이라는 용어로 보도하였다. 겉보기에 ‘선종’은 경건하고 존중 어린 표현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용어는 가톨릭 교리를 전제로 한 종교 내부 용어로서 공적 보도에서 무비판적으로 사용되는 것에는 문제가 제기된다. 본 보고서는 이 용어 사용이 언론의 중립성과 보편성을 해치는 측면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2. ‘선종’ 용어의 의미

‘선종’은 단순히 평온한 임종을 뜻하는 표현이 아니다. 가톨릭 신앙 체계에서는 고해성사와 병자성사 등 종교적 의무를 다하고, 영혼에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 하느님 앞에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교회의 신앙적 확신이 전제된 표현으로, 교황이 “하느님 나라로 귀환했다”는 교리적 해석이 포함되어 있다.

3. 언론의 문제적 수용

세속 언론이 ‘선종’이라는 종교적 용어를 설명 없이 채택하는 것은, 특정 종교의 교리적 해석을 사실 보도의 형태로 슬그머니 포함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이 가톨릭의 신앙적 관점을 보편적 진리처럼 포장하게 만들며, 종교적 특권을 재생산하는 언어적 행위로 이어진다. 언론의 공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저버리는 태도로 간주될 수 있다.

4. 죽음 보도의 형평성과 중립성

교황의 죽음이라고 해서 죽음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인간이며, 이를 지나치게 신성화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현실의 죽음을 왜곡하는 표현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존경받는 인물일지라도, 그의 죽음을 특별한 성스러운 사건으로 해석하는 것은 언론의 객관성과 진실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5. 언론의 언어적 책임

언론이 외견상 객관 보도를 표방하면서 종교 권위 앞에서는 그 용어를 차용해 사용하는 것은 언어적 위선에 해당한다. ‘선종’이라는 표현의 사용은 결국 언론이 가톨릭의 시각을 보도에 편입시켜 교회의 홍보 역할을 자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6. 대안적 표현의 가능성

교황에 대한 애도와 존경의 표현은 ‘서거’, ‘별세’ 등의 종교적 중립어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애도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반드시 교리적 표현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세속 국가의 언론이라면 공적인 언어 사용에 있어서 엄격히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종교적 존중과는 별개로 언어의 공공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7. 결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인간으로서 삶을 마쳤다. 언론은 그 사실을 담담히, 세속적 언어로 전달하면 족하다. 굳이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식의 표현이나 교회 권위에 의지한 용어 선택은 필요하지 않다. 언론은 종교 권위의 전달자가 아니라 진실의 전달자이며, ‘선종’이라는 표현에 담긴 종교적 함의와 권위에 대해 비판 없이 수용하는 자세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공적 보도에서는 철저히 세속적 언어를 사용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언론의 본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