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현실 사이의 괴리(언론플레이를 통한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 구축)
언론이 구축한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는 분명 효과적입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인물이며(‘첫 미국인 교황’, ‘첫 아우구스티노회 교황’), 인간적이고 소통하는 지도자이며(‘헬스장 일화’, ‘테니스 팬’), 개혁과 전통을 잇는 균형 잡힌 인물로 포지셔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동시에 내포합니다.
1. 인물 중심 서사의 과잉과 구조 문제의 비가시화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교황 개인의 성품, 일화, 과거 행적에 집중하며, 교황이 직면한 제도적 난제―예컨대 성직주의 개혁, 여성의 역할 확대, 성범죄 대응, 교구 재정 투명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드뭅니다.
‘진흙 장화’ 사진이나 ‘트레이너 일화’는 분명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이러한 개인적 일화들이 구조 개혁 논의의 공간을 대체하거나 흐리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2. 이미지 정치와 ‘포장된 인간미’
헬스장이나 테니스 같은 스포츠 이야기는 교황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 격차에 대한 감수성을 희석시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테니스와 개인 트레이닝은 대중이 쉽게 누릴 수 없는 여가입니다.
결국 이런 보도는 교황을 **“우리처럼 인간적이지만, 여전히 다른 계급의 존재”**로 유지시키며, 평등을 말하면서도 상징적 권위를 재생산하는 수단이 됩니다.
3. 개혁 서사의 반복과 피로
“프란치스코 개혁의 계승자”, “시노달리티 지지자”라는 서사는 신선함보다는 정치적 연속성과 안정감을 강조하는 프레임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에도 시노드 과정이 교황청 중심으로 수렴되고, 여성이나 평신도 참여는 제한적이었다는 비판이 존재했습니다.
레오 14세의 개혁 계승 약속은 의미 있지만, 그것이 어떤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 구체성이 결여된 채 단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피상적일 수 있습니다.
결론: ‘서사된 교황’과 ‘현실 교회’의 거리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가톨릭 언론의 보도는 서사적으로 뛰어나고 전략적으로 정제된 이미지 생산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이지만, 그 서사의 영향력은 때때로 실제 교회가 마주한 복잡한 과제들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 언론은 교황의 ‘사람됨’보다 그의 ‘결정’과 ‘구조 개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겸손한 운동광”이 아닌, “권력과 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개혁가”로서의 교황상이 요구됩니다.
- 이미지보다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 레오 14세 교황의 진정한 리더십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